레라 아우어바흐: 드레스덴 진혼곡 「평화의 송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Staatskapelle Dresden와 슈타츠오페른코어Sächsischer Staatsopernchor Dresden의 진혼곡

지금으로부터 62년 전인 1951년 2월 13일, 슈타츠오퍼의 음악감독이자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수석지휘자였던 루돌프 켐페Rudolf Kempe는 그로부터 6년 전인 1945년에 있었던 폭탄 폭격으로 목숨을 잃은 수천 명의 사람과 파괴된 도시를 기리기 위하여 베르디의 「진혼미사」를 연주하였고, 이는 해마다 이날에 연주된 진혼곡의 시작이었습니다.

슈타츠극장 대공연장―현재의 슈타츠샤우스필Staatsschauspiel Dresden―에서 연주된 베르디의 진혼곡은 많은 청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폭격이 드리운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실에서, 이 공연은 지역사회가 서로 비탄을 나눔으로써 친한 친구와 친척을 잃어버린 고통을 참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래서 「유니온 신문」은 다음날 이렇게 공연을 평하였습니다: “청중들은 침묵을 지키는 것으로만 그들이 느낀 감동과 감사를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공연 끝에 박수를 치지 않고 침묵을 지킴으로써 그때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평화의 송가Ode to Peace: 레라 아우어바흐Lera Auerbach의 “드레스덴 진혼곡Dresden Requiem

Lera Auerbach

「드레스덴 진혼곡」은 상임작곡가 레라 아우어바흐가 슈타츠카펠레와 프라우엔키르헤드레스덴 성모교회, Frauenkirche 재단의 촉탁을 받아 작곡하였습니다. 이 곡은  그녀가 곡을 작곡할 때 가장 많은 영감을 받았던 그 교회에서 2012년 2월 11일 초연되었습니다.

「드레스덴 진혼곡」은 그녀의 장편 오페라 「고골」과 비견될만하며, 이제껏 슈타츠카펠레가 촉탁하였던 곡 중에서도 가장 장대합니다. 이를 위해 슈타츠카펠레는 프라우엔키르헤 재단과 협업하였습니다. 이 협업의 목적은 드레스덴의 가장 중요한 교회이며, 죽음과 비통뿐만 아니라 희망과 재건을 상징하는 프라우엔키르헤에서 새 곡을 초연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아우어바흐의 「드레스덴 진혼곡」은 교회가 파괴되기 며칠 전이었던 2월 11일 프라우엔키르헤에서 초연된 뒤, 2월 13과 14일 드레스덴 젬퍼오퍼Semperoper Dresden에서 공연되었습니다.

시청탑에서 바라본 드레스덴, 1945년
<시청탑에서 바라본 드레스덴, 1945년>
드레스덴, 2012년
<드레스덴, 2012년>

현재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러시아계 미국인 작곡가 레라 아우어바흐에게 「드레스덴 진혼곡」은 그녀의 진심 어린 바람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파괴로, 드레스덴은 믿기 어려울 피해와 손상을 상징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이 도시는 평화의 재건과 혁신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우어바흐는 가사를 붙이면서 이 작품의 부제를 “평화의 송가”로 지었습니다. 이 결정은 화해와 희망이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분명히 드러냅니다. 그뿐만 아니라 아우어바흐는 일부가 드레스덴에서 작곡된 쉴러의 “환희의 송가”와 닮은 제목을 짓기를 원했습니다.

진혼곡을 준비하며 아우어바흐는드레스덴의 역사를 철저히 탐구하였을 뿐만 아니라, 언어학과 신학의 지식도 쌓았습니다. 18번째 동기의 리브레또에서 라틴어 미사뿐만 아니라, 「Pater Noster」 나 유대교 예배식과 같은 다양한 자료를 인용하였습니다. 또한, 뉴욕시소방국의 목사이자 9/11의 첫 희생자 중 한 명이었던 저지 신부의 기도와, 드레스덴에서 태어난 작가 크리슈티안 레너트가 프라우엔키르헤 종(bell)의 세례를 위해 지은 시도 함께 넣었습니다. 흔히 「키리에」로 일컬어지는 부분은 20개가 넘는 언어로 불리며, 그녀가 추구하였던 보편적인 접근의 의미를 드러냅니다. 게다가 여러 고대의 기도와 현시대의 글을 함께 노래함으로써, 초교파적인 성격과 영속성도 나타냅니다.

이러한 점에서 레라 아우어바흐의 「평화의 송시」는 도전입니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다른 기념 공연과 비교하여 이 진혼곡은 특별한 위치를 갖습니다. 보통 모차르트나 브람스, 베르디, 베를리오즈가 작곡한 “전통적인” 진혼곡이 이 의식에서 연주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초연된 곡은 1956년에 연주된 것으로 쿠르트 슈트리글러는 1945년의 드레스덴 폭격의 희생자들에게 바치는 진혼곡을 작곡하여 자신이 직접 지휘하였습니다. 레라 아우어바흐는 현재의 정치 사상적인 갈등을 마음속에 품고, 「국수주의의 모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이 진혼곡을 작곡하였습니다.

음악을 통한 국제 이해

드레스덴 젬퍼오퍼와 프라우엔키르헤에서 「드레스덴 진혼곡」을 보여줄 연주가 역시 이러한 목적에서 선정되었습니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상무이사 Jan Nast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우리에게 있어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독일의 공격으로 고통받았던 국가의 음악가가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이 공연을 통해 더 나은 국제적인 이해에 공헌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러시아 지휘자인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Vladimir Jurowski와 영국의 바리톤 마크 스톤Mark Stone, 네덜란드의 카운터테너 Maarten Engeltjes 뿐만 아니라 런던 세인트 폴 대성당 합창단St. Paul’s Cathedral Choir, 뉴욕 성 토마스 소년합창단Saint Thomas Choir of Boys은 공연하는 동안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슈타츠오페른코어와 함께하였습니다.

그런면에서 이 진혼곡은 전쟁기간 동안 원한이 쌓인 국가 간의 화해를 강조하기 위해, 유사한 방법으로 연주가를 선택한 벤저민 브리튼의 「전쟁 진혼곡」과 닮았습니다. 브리튼과 다른 점이라면, 「드레스덴 진혼곡」의 악보에는 오직 남성의 목소리만 있다는 것입니다. 아우어바흐는 “현재에 이르기까지도 군사행동에 참여하는 사람은 소년과 남성입니다. 하지만 합창단에서 노래하는 소년이 있다면, 전쟁이 만들어낸 고통과 파괴가 머지않아 끝나리라는 희망도 있을 것입니다.”라고 덧붙이며 자신의 결정을 옹호합니다.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

이 공연의 지휘자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는 러시아 현대음악의 뛰어난 해석가입니다. 그의 음악교육은 드레스덴 음악대학에서 시작되었으며, 여전히 드레스덴과 깊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이기도 한 그는, 지난 수년 동안 주기적으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를 객원 지휘하였으며 그의 방문은 매번 드레스덴의 음악 세계에 큰 획을 그었습니다. 유로프스키에 있어 드레스덴 기념일에 있었던 「전쟁 진혼곡」의 초연은, 아무런 박수 없이 수 분간의 침묵으로 끝났을 때 「특별하고도 충격적」으로 남았을 것입니다.


프라우엔키르헤에서 초연하는 공연을 들었는데, 사실 그때에는 공연의 의미나 전통을 전혀 모르고 있어서 어렵게만 들렸습니다. 한국에 들어와서 차분히 팜플릿을 읽어보다보니, 공연에 대해 조금 더 잘 알아보고 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였었습니다.

사실 현대음악이고 초연된 곡이기도해서 이곡을 다시 들을 수 없을것이라고 생각하였는데,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파라클래식이 젬퍼오퍼에서의 공연을 공개하여 다시한번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 때는 몰랐던 침묵과 가사의 의미가 드레스덴의 역사를 알게 되면서 더욱 절실하게 들어왔고, 이를 나누고 싶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가사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에 링크된 팜플랫을 열어보세요)

올해에는 수석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모차르트의 진혼곡을 연주합니다. 틸레만은 2003년에는 브람스의 독일 진혼곡을 연주하였고, 2010년에는 베토벤의 장엄미사를 연주하기도 하였습니다. 올해 시즌(2012-2013)부터 수석객원지휘자를 겸임하는 정명훈 지휘자님이 이 공연을 지휘하는 것을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이 글을 작성하는데에는 아래의 자료를 참고하였습니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공연동영상: http://www.staatskapelle-dresden.de/en/recordings/videos/auerbach-requiem/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공연안내졍보: http://www.staatskapelle-dresden.de/en/news/article/ode-an-den-frieden-urauffuehrung-von-lera-auerbachs-requiem-dresden/56829/
공연 팜플렛; http://www.staatskapelle-dresden.de/fileadmin/home/pdf/proghefte/2011_12/6._Symphoniekonzert.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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