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소년합창단Wiener Sängerknaben 부르크너코어의 수원SK아트리움 공연을 다녀왔습니다. 아쉽게도 앞쪽의 좋은 자리는 예매하지 못했지만, 공연장이 크지 않아 듣는데 불편함은 없었네요.
공연은 비발디의 글로리아에서 시작했습니다. 공연 전에는 “하늘 높은 곳에는 하나님께 영광Gloria in excelsis Deo“과 “주를 찬미하나이다Laudamus te“만 부를 줄 알았는데, 중간의 “땅에서는Et in terra“까지 불렀습니다. 그래서 더 좋았지만 맘속으로는 글로리아를 끝가지 다 불러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기에 작은 아쉬움도 남네요.
빅토리아의 ‘어둠이 내리고’를 부른 이후 한국인 멤버인 정민군이 소개되었습니다. 정민군이 (떨려하며) 고향인 수원에 와서 공연을 하게 되었다고 말하였을 때 많은 환호가 있었습니다. 가족분들과 친구들도 많이 찾아왔겠지요.
직후 바로 케루비니의 Ave Maria를 정민군의 솔로로 들려줍니다. Ave Maria는 슈베르트의 곡보다 구노의 곡을 더 좋아하는데 이 곡에서도 구노의 곡과 같은 부드러움과 경건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고 정민군의 소프라노도 아름다웠습니다. 다만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소리가 조금 커서 가끔 정민군의 목소리라 먹힐 때가 있었는데, 조금만 작았으면 더 잘 어울렸을 것 같아요.
지난해에도 들려준 모차르트의 칸타타 “그대, 우주의 영혼이어”는 올해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고양이 이중창을 들려주었는데요, 한국에서 친숙할 파리나무십자가합창단과는 다른 고양이들(?)이더군요. 어떤 고양이였는지는 공연의 재미로 남겨둘게요.
그리고 로시니, 베르디, 마스카니의 곡을 부른 뒤 1부를 마쳤습니다.
2부는 슈베르트의 곤돌라 뱃사공으로 시작했으며, 지휘자 공인의 (곡을 맞추면서 들으면 즐거울 거라는) 인기곡들이 연주되었는데요. 8곡 중 아는 곡은 오 솔레 미오, 핑크 팬더, 넬라 판타지아 뿐이었습니다. ㅠㅠ 부족한 내공이 바로 들어나네요. 그래도 익숙한 곡들이 여러곡 나와서 선율을 따라가며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역시나 슈트라우스의 곡입니다. “휴일”은 빈필 신년음악회에서 빈소년합창단이 함께 노래했던 곡인데, 그 때보다 더 소년합창단 느낌이 나서 좋았습니다. 휴일에 멋진 야외에 나가 즐겁이 노는 모습이 상상이 되었는데,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가사에 어떤 모습이 그려져 있을지 기대되네요.
매 공연마다 전에는 들어보지 못했던 (들어보기 힘들었던) 슈트라우스 레파토리가 하나 둘 나오는 것 같은데요. 올해는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뱃사람 폴카Matrosen-Polka가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곡 설명을 보면 ‘누군가 듣는 이에게 배에 이상이 생겼다’고 말하는 내용이라는데 뱃사람의 절실함도 신나는 폴카로 들려주는 점이 재밌었습니다.
정규공연 후 나서 모두 3곡의 앵콜이 있었습니다.
첫 곡은 USA for Africa가 부른 We are the world! 이곡은 2011년 하이든코어가 내한하여 들려주기도 하였지요. 마지막 코러스 부분 “We are the world, We are the children”을 부르면서 청중의 박수를 요청하여 함께 공연에 참여할 수 있었네요.
두 번째는… 잊혀지지 않는 소년합창단의 18번 아리랑입니다.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제 그만 들려줘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젠 다른 한국곡을 찾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파리나무십자가합창단이 부른 고향의 봄과 같은 가곡도 좋은데 듣기 어렵다는게 아쉬워요.
마지막으로 주의 길을 예비하라Prepare Ye the Way of the Lord을 부르며 수원 공연의 막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전 앞에 앉지 못한 것을 매우 아쉬워 했지요.)
오늘 공연은 평소에 듣기 힘든 이탈리아의 곡을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게 다 합창 지휘자인 이탈리아 출신의 마놀노 까닌 씨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의 슈트라우스 곡들도 좋았구요. 다음 주에 있는 예술의 전당의 공연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