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유럽여행을 하며 여러 음악회와 음악과 관련된 장소를 찾았는데, 그 안에서는 당연히 라이프치히와 드레스덴도 있었습니다. 동독의 고도라는 점을 핑계대었지만, 사실 소년합창단을 만나기 위한 것이 컸지요.
드레스덴에서는 크로이츠코어드레스덴 성 십자가 합창단, Dresdner Kreuzchor와 함께한 주일미사, 공연, 프라우엔키르헤성모교회, Frauenkirche에서의 드레스덴 진혼곡Dresden Requiem 등 합창단과의 만남이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방문하기 전에 찾아본 토마너코어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합창단, Thomanerchor Leipzig의 공연일정은 텅텅비어있었기에 라이프치히에서는 토마너키르헤성 토마스 교회, Thomanerkirche에서의 흔적 찾기만 기대하고 떠났습니다.
라이프치히에 도착해서야 알게된 것은, 올해가 토마너코어 탄생 800주년이고, 많은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기념 공연, 영화, 출판물 등등등.
영화라도 보고 싶었지만 포스터에 적힌 개봉일은 제가 독일을 떠난 뒤었습니다. 토마너코어의 공연이 없다는 것은 미리 알고 있었지만, 이러한 특별한 해에 아무것도 못보았다고 생각하니 무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영화를 보기 위해 다시 라이프치히에 올까나 생각도 했을 정도니까요.
그럼에도 Blu-Ray나 DVD는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독일에서만 그것도 자막없이 나올것이라고 예상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달 초에 토마너코어와 게반트하우스오케스터가 공연한 마태수난곡이 발매되었다는 소식에 아마존UK에서 Thomanerchor를 검색했다가 기대하지도 않은 작품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A Year in the Life of the St. Thomas Boys Choir Leipzig <DIE THOMANER>.
국가 코드 0번의 Blu-Ray. 게다가 한국어 자막이라니. 기대하지도 않았던 월척이 낚인 기분이었던 것 같네요.
가 격은 22.50파운드로 원화로는 약4만원 정도. 케임브리지 킹스 칼리지 합창단Choir of King’s College, Cambridge의 메시아도 같이 구입하였으니, 9,200원 정도 들어간 운송료를 반으로 나누면 (발매된다면) 국내 정발가보단 저렴하게 구입한 것 같습니다. 물론 가장 싼걸로 배송한 거니 중간에 사라지면 대책이 없겠지만요 ㅎㅎ
영화는 부제 그대로 학기가 시작되는 여름부터 시작해서, 학기가 끝나는 다음 해 여름까지 이어지는 토마너코어의 일 년 동안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다큐멘터리 영화인 만큼 뭔가 극적인 것은 없었지만, 소년합창단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지속되는지, 그 들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진솔하게 잘 들어난 것 같습니다. 단원과의 인터뷰 분량만 10%는 넘어보였네요.
사실 소년합창단이라고 하면 뭔가 고정된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뭔가 더 고결하고, 뭔가 더 깨끗하고, 뭔가 더 고전음악을 좋아할 것 같은 느낌? 그렇지만 그들의 기숙사를 엿본 모습에서 ‘생각했던 이미지와 달라’란 생각과 ‘얘들도 평범한 아이들 이구나’라는 생각아 같이 떠올랐던 것 같네요.
까메오(?)로 드레스트너 크로이츠코어도 나왔습니다. 두 합창단 간의 축구 대회는 꽤나 널리 알려진 두 합창단의 교류 활동 중 하나이지요. 뭔가 뚱한 표정의 녀석도 있지만 열심히 크로이츠코어를 외치며 응원하고 있네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드레스덴에서는 크로이츠코어가 미사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들었습니다. 기독교 신자가 아님에도 천상의 목소리로 신을 찬양하는 것에 감동을 받았지요. 토마너코어의 합창단원 중에도 반절은 종교가 없는 집안에서 온다고 합니다. 합창단원으로 활동하여 종교를 갖는 경우도 있지만 종교가 없는 또는 타 종교를 믿으면서 과연 어떠한 마음으로 노래를 할까 궁금했는데, 종교 자체 보다는 음악을 통해 뭔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에 저 또한 그런 생각을 하며 음악을 듣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요녀석은 가장 귀여웠던 요하네스Johannes Hildebrandt 군. 이 영상을 찍을 때 신입으로 들어왔던 녀석이었으면서 이래저래 계속 영상에 나오는군요. 알고보면 숨어있는 주인공?
삽입된 성악곡 중에서 제가 알아들을 수 있는 건 아래의 작품들이네요. 아직 내공이 많이 부족하군요.
칸타타 마음과 말과 행동과 삶Herz und Mund und Tat und Leben 중 인간 소망의 기쁨 되시는 예수Wohl mir, dass ich Jesum habe
B단조 미사Hohe Messe in h-moll 중 일부분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중 기뻐하라, 찬양해라!Jauchzet, frohlocket!
캐롤 즐거운 날O du fröhliche
캐롤 고요한 밤, 거룩한 밤Stille Nacht, heilige Nacht
캐롤 한 송이 장미가 피었네Es ist ein Ros’ entsprungen
요한수난곡 중 주, 우리의 통치자여Herr, unser Herrscher
보너스로 마태수난곡 중 합창 오라, 딸들이어, 나를 슬픔에서 구하라Kommt, ihr Töchter, helft mir klagen와 알토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Erbarme dich가 수록되었습니다. 이 곡은 모두 같이 발매된 마태수난곡 Blu-Ray에 수록된 것입니다. 마태수난곡을 여는 합창곡은 합창단의 두 파트가 대화하는 듯한 효과가 크게 나타는 것을 좋아하는데, 생각보다 약해서 아쉬웠어요. (물론 그래도 구입하겠지만요)